관광산업

관광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여행해야 할까?

라이프-트립 2025. 4. 28. 18:24


한때 관광은 '지역경제를 살리고 문화를 교류하는 순기능'으로만 인식되었다. 그러나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는 관광객이 너무 많아지면서, 도시가 숨 쉴 틈을 잃고, 자연이 파괴되고, 지역주민이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현상이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른바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 관광객 수용 한계를 초과해 지역사회에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현상 — 은 더 이상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제 우리 모두가 스스로 묻고 행동해야 한다.
"나는 어떤 여행을 해야 지역과 지구를 지킬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오버투어리즘의 본질을 짚고, 지속 가능한 여행자로서 우리가 선택해야 할 구체적 방법을 제안한다. 

 

목차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시대, 우리는 어떻게 여행해야 할까?

1. 오버투어리즘이란 무엇인가? : 단순 '많음'이 아닌 '넘침'의 문제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은 단순히 관광객 수가 많은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국제 관광학계에서는 오버투어리즘을 "관광객 수가 지역사회, 자연환경, 문화유산의 수용 한계(carrying capacity)를 초과함으로써, 해당 지역의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구조에 심각한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현상" 으로 정의하고 있다 (Peeters et al., 2018).

즉, 오버투어리즘은 양적 과잉이 아니라, 질적 수용 역량의 붕괴와 그에 따른 지역 공동체의 삶의 질 저하, 생태계 파괴, 문화 정체성 침식을 동반하는 복합적 위기 현상이다. 세계관광기구(UNWTO) 역시 2018년 보고서에서 오버투어리즘을 "관광이 지역 주민의 삶의 질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관광객 자신의 경험 가치도 저하되는 지점"이라고 규정하며, 단순한 관광객 수 증감 문제를 넘어서는 사회적 지속가능성(social sustainability) 의 관점에서 접근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결론적으로, 오버투어리즘은 '많음'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사회의 수용역량(carrying capacity)과 관광 수요 사이의 균형 붕괴로 인해 발생하는 구조적이고 다차원적인 위기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대표적인 오버투어리즘 사례

베네치아(이탈리아): 좁은 운하와 골목길로 구성된 베네치아는 대규모 인파를 수용할 수 없는 도시 구조를 갖고 있음에도, 매년 2천만 명 이상의 관광객이 몰린다. 이로 인해 집값 폭등, 주민 이탈, 운하 오염, 대형 크루즈선으로 인한 환경 훼손이 심각해졌다. 베네치아는 관광세 도입, 크루즈선 도심 금지 등 규제 조치를 취했지만, 여전히 주민 시위와 관광 혐오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바르셀로나(스페인): 관광객 수 증가와 에어비앤비 확산으로 인해 주거지 침식, 임대료 폭등, 도시 과밀 문제가 발생했다. 시민들은 '도시는 관광객의 놀이터가 아니다'라는 구호를 내걸고 대규모 시위를 벌였고, 시 당국은 숙박시설 규제, 신규 호텔 허가 중단 등 강경한 대응에 나섰다.

제주도(대한민국): 국내외 관광객 급증으로 교통 체증, 쓰레기 문제, 해안 훼손 등이 심각해졌다. 특히 렌터카 증가로 인한 교통난, 인기 지역에 관광객이 집중되면서 지역사회 피로도가 커졌고, 이에 대응해 제주도는 '에코 제주' 프로젝트와 지속 가능한 관광 정책을 본격 추진 중이다.

 

2. 왜 오버투어리즘이 가속화되고 있을까?

 

(1) 저비용항공과 글로벌 플랫폼 확산

2000년대 이후 저비용항공사(LCC)의 급속한 확산과, 에어비앤비, 부킹닷컴, 익스피디아 등 글로벌 여행 플랫폼의 대중화는 여행의 물리적, 경제적 장벽을 대폭 낮췄다. 과거에는 해외여행이 고가의 항공료와 제한된 숙박 옵션으로 인해 소수의 전유물이었던 반면,
이제 누구나 저렴한 비용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손쉽게 숙소를 예약할 수 있게 되면서, 관광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특히 소도시나 한적한 지역까지 저비용항공 노선이 개설되면서, 기존에는 접근하기 어려웠던 지역들마저 대규모 관광객의 유입 경로에 포함되었다. 이러한 흐름은 여행의 민주화를 촉진하는 긍정적 측면이 있지만, 동시에 관광객 분산 없이 특정 지역에 과밀 현상을 초래하는 부작용도 심화시키고 있다.

(2) SNS 중심의 '인증여행' 문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틱톡 등 글로벌 SNS 플랫폼의 성장으로, 여행은 더 이상 개인적 경험에 그치지 않고 '공유'와 '인증'의 문화로 변모했다. 특정 관광지는 화려한 사진과 영상 콘텐츠를 통해 전 세계로 실시간 확산되면서, 이른바 '필수 방문지(must-visit places)'로 자리 잡았다. 특히 인스타그램에 자주 등장하는 포토 스폿, 틱톡 인기 여행지 등은 관광객이 의례적으로 방문하고자 하는 욕구를 자극하며, 일부 지역에는 특정 시기에 폭발적인 방문객이 몰리는 현상이 심화되었다. 이로 인해 관광객 동선은 다양화되지 못하고, 특정 장소로 집중되는 '집단 이동 현상'이 발생하면서, 지역사회는 교통 혼잡, 쓰레기 증가, 상업화 과속 등의 문제를 겪게 되었다. SNS는 개인의 즐거움을 확장하는 동시에, 관광지 과밀화의 무형 촉매로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3) 관광산업의 양적 성장 지향

많은 국가와 지자체는 관광을 경제 성장의 중요한 동력으로 인식하고, 관광객 수 증대를 핵심 성과지표로 설정해왔다. 방문객 수가 증가하면 숙박, 음식, 교통, 쇼핑 등 관련 산업 전반에 긍정적 경제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광객 수 자체를 목표로 삼는 정책 기조는, 지역사회의 수용 한계나 장기적 지속 가능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가진다. 관광객이 몰려올수록 도시 인프라에 부담이 가중되고, 지역 주민의 생활권이 침해되며, 문화유산이 훼손될 위험이 높아진다. 결국 양적 지표 중심의 정책은 단기 경제성과에 치중하는 반면, 지역 사회의 문화적 정체성, 환경 보존, 주민 삶의 질과 같은 질적 요소를 간과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되었다. 이러한 왜곡된 성장 모델은 오버투어리즘 현상을 가속화시키는 근본 원인 중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3. 우리는 어떻게 여행해야 할까? : 지속 가능한 여행자의 5가지 실천법


(1) 비수기·비정규 루트 선택
성수기와 인기 명소 대신 비수기와 숨은 명소를 선택한다. 예를 들어, 봄철 교토 대신 시즈오카 벚꽃길, 여름철 파리 대신 가을 두브로브니크, 겨울철에는 블레드 호수 방문을 고려할 수 있다.

(2) 지역사회 기반 소규모 체험 우선
대형 체인 대신 지역 소상공인 중심의 숙박, 식음료, 체험 프로그램을 선택해 지역경제에 직접 기여한다.

(3) 환경 발자국 최소화
대중교통 이용,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연보호구역에서는 '흔적 남기지 않기(Leave No Trace)' 원칙을 지킨다.

(4) '존중'을 기본으로 한 문화접근
관광지는 누군가의 삶의 터전임을 인식하고, 소음, 사진촬영, 복장 등에 있어 지역 규범을 존중한다.

(5) 여행 전 '윤리 체크리스트' 점검
숙박, 식당, 투어 선택 시 지속 가능성과 지역사회 기여 여부를 고려하는 습관을 갖는다

 

 

4. 글로벌 트렌드: 지속 가능한 여행은 선택이 아닌 생존전략

(1) 유럽연합(EU): 지속가능 관광 지침 강화

EU는 2019년 '유럽 관광 매니페스토'를 통해 지속 가능성과 지역사회 기여를 핵심으로 삼는 관광 정책을 추진 중이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녹색 전환(green transition) 전략의 일환으로, 지역 분산 관광, 친환경 교통수단 장려, 탄소중립 숙박시설 확산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프랑스, 스페인 등은 기존 대도시 중심 관광에서 벗어나 소도시와 농촌 관광 활성화를 유도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2) 코스타리카: 생태관광 선도국가의 모델

코스타리카는 국토의 약 25%를 자연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관광 개발에 있어서 환경 보존을 최우선시한다.
산호초 보호 프로그램, 생태 트레킹 코스, 지역 공동체 중심의 친환경 로지(Eco-Lodge) 개발 등을 통해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관광 수익을 지역사회로 환원시키는 모범 모델을 구축했다.
"인공적인 것은 없다(No Artificial Ingredients)"라는 국가 슬로건은 코스타리카의 지속가능성을 상징한다.

(3) 교토(일본): 오버투어리즘 완화와 지속 가능성 동시 추진

교토시는 숙박세 도입(2018년), 방문객 분산 캠페인(북부·서부 지역 홍보), 관광객 대상 문화 예절 교육 등을 통해
오버투어리즘 문제 해결과 지속 가능한 관광 전략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
이는 단순 관광 규제가 아니라, 지역문화 존중과 관광객 교육을 접목한 새로운 접근법으로 평가받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자연스러운 성장통이 아니라, 우리가 선택하고 바로잡아야 할 문제다. 좋은 여행자는, 스스로의 즐거움만이 아니라 지역사회, 자연, 미래세대까지 생각하는 책임 있는 여행자다. 관광의 주체가 바뀌면, 관광의 미래도 달라진다. 이제 우리는 단순히 '가고 싶은 곳'을 찾는 것이 아니라, '지키고 싶은 곳'을 위해 여행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