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

쓰레기만 남기고 가나요? 환경보호와 관광 윤리 실천 가이드

라이프-트립 2025. 4. 30. 17:48

 

 관광은 세계 경제의 주요 성장 동력이지만, 동시에 환경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는 이중성을 지닌다. 특히 대량 관광 시대에 접어들면서, 쓰레기 문제, 생태계 파괴, 지역 오염 등 부정적 외부효과가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 '남기는 것은 추억뿐'이라는 오래된 여행자의 이상은 오늘날 '남기는 것은 쓰레기'라는 비판적 현실로 변질되고 있다. 이에 따라 환경보호와 관광 윤리의 실천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여행의 필수 조건으로 부상했다. 본 글에서는 쓰레기 문제를 중심으로 관광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살펴보고,
개별 여행자가 실천할 수 있는 구체적 행동 지침을 제시한다. 

 

목차

쓰레기만 남기고 가나요? 환경보호와 관광 윤리 실천 가이드

 

1. 관광과 환경오염: 쓰레기 문제의 구조적 원인

 

 관광 산업은 필연적으로 폐기물 증가를 동반하며, 유엔환경계획(UNEP, 2019)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주요 관광지에서는 일반 지역보다 쓰레기 발생량이 평균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현상은 관광지 특유의 소비 집중 구조와 인프라의 수용 한계에서 비롯된다. 관광객은 짧은 체류 동안 일회용품과 과잉 포장을 많이 소비하고, 관광지는 종종 소규모 커뮤니티 기반으로 설계되어 있어 쓰레기 수거 및 처리 역량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섬 지역이나 자연 보호 구역처럼 수용 인프라가 제한된 공간에서는 관광객 급증이 곧바로 생태계 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대형 리조트와 항공여행 또한 플라스틱 사용과 탄소 배출을 촉진시키며, 많은 숙박업소와 상점은 비용 절감을 이유로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 사용을 고수하고 있다. 관광객들 역시 ‘여행 중 편리함 우선’이라는 인식 속에서 환경적 책임을 간과하는 경우가 많다. UNEP는 이러한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관광지 내 플라스틱 사용 감축, 지역사회 연계 폐기물 관리 체계 구축, 관광객 대상 환경 교육 강화 등을 권고하고 있으며, 이는 지속 가능한 관광으로의 전환을 위한 국제적 기준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결국 관광지에서 발생하는 '방문자 유발 쓰레기(visitor-generated waste)' 는 단순 개인의 문제를 넘어,구조적이고 시스템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

 

2. 여행 중 실천해야 할 기본 원칙: 환경보호 관광 윤리

 

지속 가능한 여행을 위해 여행자가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은 다음과 같다.

 

  •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 실천: 여행 중에도 쓰레기를 만들지 않는 습관
    지속가능한 여행의 핵심은 불필요한 쓰레기 발생을 원천적으로 줄이는 것이다. 이를 위해 여행자는 ‘제로 웨이스(Zero Waste)’ 실천을 생활화해야 한다. 가장 기본적인 방법은 개인용 텀블러, 에코백, 다회용 식기, 휴대용 빨대 등을 여행 시 항상 휴대하는 것이다. 공항이나 기차역, 관광지에서 물이나 음료를 구매할 때마다 플라스틱 컵을 사용하지 않고, 개인 텀블러를 제시하면 일부 매장에서는 할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또한 슈퍼마켓이나 기념품점에서 비닐봉투를 받는 대신, 에코백이나 접이식 쇼핑백을 사용하면 편리함과 환경 보호를 동시에 실현할 수 있다.
  • 지역 쓰레기 정책 준수: 현지 규칙을 숙지하고 실천하는 책임감
    여행자는 방문 지역의 쓰레기 분리수거 기준과 배출 규칙을 숙지하고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국가나 도시마다 분리 배출 방식은 매우 상이하다. 예를 들어, 일본은 일반쓰레기, 가연성, 불연성, 플라스틱, 캔, 병 등으로 세분화된 분리수거 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지키지 않을 경우 법적 처벌 대상이 되기도 한다. 유럽 일부 도시에서는 '혼합 폐기물' 수거를 최소화하기 위해, 관광객에게도 호텔 내 분리 배출 의무를 안내하고 있다. 이러한 지역별 시스템을 존중하고 따르는 것은 단순한 규칙 준수를 넘어, 여행자가 지역사회의 일원으로서 책임감을 갖는 자세이기도 하다.
  • 소비 최소화: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의미 있는 소비를 선택하기
    여행 중 무의식적인 과잉 소비는 불필요한 폐기물과 환경 부담을 유발한다. 이를 줄이기 위해 여행자는 구매 전 ‘정말 필요한가’를 묻는 소비 습관을 가져야 한다. 특히 포장이 과도한 제품, 일회성 플라스틱 용품, 저가 대량 기념품 등은 지양하는 것이 좋다. 그 대신 지역 수공예품, 친환경 인증 제품, 사회적 기업 상품 등을 선택하면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면서도 의미 있는 소비가 가능하다. 또한 ‘적게 사고 오래 사용하는 것’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소비의 본질이다. 여행 중에도 이 원칙을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
  • 환경친화적 숙소 이용: 숙박 선택도 윤리적 기준으로
    숙소 선택 역시 지속가능한 여행의 중요한 요소다. 단순한 가격과 위치가 아닌, 친환경성, 지역과의 연결성, 사회적 가치를 기준으로 숙소를 선택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친환경 인증(LEED, Green Key 등)을 받은 호텔, 제로웨이스트 운영을 실천하는 게스트하우스, 지역 주민이 운영하는 소규모 로컬 숙소는 환경과 지역사회 모두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수건 재사용 캠페인, 일회용 어메니티 제공 중단, 태양광 발전 사용 여부 등 세부 항목도 숙박 선택 시 고려하면 좋다. 이처럼 숙소를 선택하는 것 자체가 윤리적 소비이자, 지속가능성에 기여하는 행동이 될 수 있다.
  • 자연 보호 구역에서는 Leave No Trace 원칙 준수
    국립공원, 해변, 산림보호구역 등 생태민감지역을 방문할 경우, 반드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Leave No Trace(흔적 남기지 않기) 원칙을 실천해야 한다. 이 원칙은 “발자국만 남기고,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으며, 자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3. 글로벌 사례로 본 환경보호형 관광 실천 전략

여러 국가와 지역은 이미 적극적으로 환경보호형 관광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 뉴질랜드: 'Tiaki Promise' 캠페인을 통해 모든 방문객에게 자연, 문화, 사람을 존중하는 여행을 약속하도록 권장한다.
  • 아이슬란드: 'Icelandic Pledge' 서명 캠페인으로 자연 보호 수칙 준수를 공식화하고 있다.
  • 발리(인도네시아): 2019년부터 플라스틱 쇼핑백, 빨대, 스티로폼 사용을 금지하는 규제를 도입했다.

이러한 프로그램들은 여행자의 책임감을 강화하는 동시에, 지역사회와 생태계 보존이라는 공동 목표를 실현하고 있다. 한국 역시 제주올레 '걷는 여행자 캠페인', 강릉의 '제로웨이스트 축제' 등에서 환경을 고려한 관광 모델을 점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이제 글로벌 환경보호형 관광 트렌드는 시대적 요청이자, 경쟁력의 지표가 되고 있다.

 

 

4. 관광업계와 정책의 역할: 환경 윤리 정착을 위한 제언

 

개인 여행자의 노력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관광업계와 정부 정책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환경 윤리 정착 노력이 필수적이다.

  • 관광업계는:
    • 친환경 숙박시설 확대
    • 일회용품 제공 최소화 정책 시행
    • 탄소 배출 저감형 교통수단 지원
    • 플라스틱 저감 프로그램 도입
  • 정부 및 지자체는:
    • 환경 친화적 관광 인증제 도입
    • 쓰레기 관리 체계 강화
    • 관광객 환경교육 프로그램 개발
    • 지속 가능성 지표 기반 관광 정책 수립

특히 "관광객 1인당 발생 쓰레기량"을 국가별 성과지표로 삼는 등의 구체적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 관광 윤리의 제도화 없이는, 지속 가능한 관광은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관광은 자연을 소비하는 행위이지만, 동시에 보전하고 가꿀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쓰레기만 남기고 떠나는 여행'은 이제 용납되지 않는다. 환경보호와 관광 윤리는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이며, 개인, 업계, 정책 모두가 공동으로 책임져야 할 미래 과제이다.

작은 실천, 하나의 약속, 한 번의 존중이 세계의 자연을 지키고, 지역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큰 힘이 된다. 우리 모두는 여행지에 추억만 남기고, 지구에는 아름다운 발자국만 남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