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

한국형 DMO(지역관광조직) 구축의 필요성과 한계

라이프-트립 2025. 4. 25. 15:50

 DMO는 지역 중심 관광의 전략적 실행 주체로 주목받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한국형 DMO’ 구축이 본격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한국형 DMO의 도입 필요성과 제도적 한계, 지속 가능성을 중심으로 분석한다.

 

1. 왜 한국형 DMO가 필요한가?

 

 한국의 관광정책은 오랫동안 중앙정부 중심의 공급자 기반으로 운영되어 왔으며, 이에 따라 지역 관광의 자율성과 다양성은 상대적으로 제약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관광 소비의 중심축이 지역 경험, 로컬 콘텐츠, 커뮤니티 기반으로 이동하면서 관광 전략 역시 하향식이 아닌 상향식 구조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러한 배경 속에서 ‘지역관광조직(DMO: Destination Marketing/Management Organization)’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으며, 이는 지역 중심 관광의 기획–운영–브랜딩을 통합적으로 수행하는 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DMO는 지역 주민, 소상공인, 문화단체, 공공기관 간 협력을 통해 관광을 도시재생, 문화보존, 경제발전과 연계하는 구조적 장치로 기능할 수 있다.

 

한국형 DMO(지역관광조직) 구축의 필요성과 한계

 

 

2. 한국 DMO 정책의 현황과 추진 방향

 

 문화체육관광부는 지역 관광 활성화의 하나로 2018년 ‘지역 주도 관광’을 선포하며,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역할 재조정을 공식화하였다. 이는 과거 중앙정부 중심의 일방적 관광 정책에서 벗어나, 지역이 주체가 되어 관광 계획을 수립하고 콘텐츠를 개발하며, 운영과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한 구조 전환의 분기점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역 고유의 특색과 자율성을 반영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며, 지자체가 단순한 보조 행정 주체를 넘어 전략적 관광 플랫폼의 중심축으로 기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서울, 부산, 강릉, 전주 등 주요 지자체는 이러한 흐름 속에서 관광공사 또는 DMO를 설립하고, 지역 관광의 기획–운영–홍보–브랜딩을 통합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특히 지역 주도형 관광이 성공적으로 실행될 경우, 해당 지역의 독창적인 역사·문화·자연 자원을 기반으로 한 관광 상품은 내·외국인 방문객의 체류 시간을 늘리고, 지역 경제에 실질적 파급 효과를 미치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 또한 지자체 간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각 지역이 고유한 관광 브랜드를 형성하고, 문화 다양성을 기반으로 한 국내 관광 생태계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러한 이상적인 방향성과는 별개로 현실적인 제약도 분명히 존재한다. 예를 들어 다수 지자체가 유사한 테마의 축제, 상품, 콘텐츠를 개발할 경우 수요의 중복과 관광객의 피로도가 발생할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투자 대비 효율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지역 간 차별화 전략과 시장 세분화가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위해 중앙정부는 DMO의 가이드라인 제공자이자 조정자로 기능해야 한다. 중앙은 지역 관광의 자생력을 지원함과 동시에, 중복 개발이나 비효율적 경쟁을 방지할 수 있는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또한 지역 관광자원 분석, 콘텐츠 기획, 해외 마케팅, 공공외교형 브랜딩 전략 등에서 전문성을 지원하고, 장기적 관점에서의 투자–성과 평가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지역이 자율성을 갖되, 전략적 조율을 통해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가 조성되어야 하며, 한국형 DMO는 이와 같은 균형적 협력 모델 위에서 진화해야 할 것이다.

 

 

3. 제도적·구조적 한계와 현장 문제

 

 한국형 DMO 정책은 개념 도입에는 성공했지만, 제도화와 현장 적용 단계에서 여러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첫째, ‘조직’은 존재하지만 실질적인 권한이나 예산이 부족해 독립성과 실행력이 크게 제약받는 경우가 많다. 둘째, 중앙정부–지자체–공공기관 간 역할 분담이 불명확하며, 지역 거버넌스 구축이 형식에 그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셋째, 관광사업자, 주민, 콘텐츠 제작자 등 핵심 이해관계자들의 참여율과 인식 수준이 낮아 실질적인 협업 구조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넷째, 단기 성과 중심의 행정 평가 시스템은 지역 맞춤형 장기 전략 수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특히 한국에서는 ‘브랜딩’과 ‘마케팅’에 국한된 DMO 개념이 확산되면서, 관광 정책의 통합 플랫폼이라는 원래 취지가 희석되는 문제점도 지적되고 있다.

 

 

4. 지속가능한 한국형 DMO를 위한 제언

 

 한국형 DMO가 실효성 있는 관광 플랫폼으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첫째, DMO는 단순한 마케팅 기구가 아닌 지역 통합 거버넌스의 핵심 주체로 인식되어야 하며, 정책 기획–콘텐츠 설계–공공외교–관광교육까지 아우르는 다기능 조직으로 진화해야 한다. 둘째, 지역 거버넌스 구축 시 민간 주체와 주민의 실질적인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법적 기반과 예산 자율권이 필요하다. 셋째, 행정 중심의 정량적 성과평가에서 탈피하여, 문화 지속성, 콘텐츠 다양성, 지역경제 순환 효과 등 질 중심의 평가체계로 전환이 필요하다.

 또한 DMO는 관광 자체보다 ‘지역의 삶과 가치’를 전달하는 공공외교형 플랫폼으로 재정의되어야 하며, 국내외 방문객과 지역사회 간 윤리적 상호작용을 촉진하는 매개체로 기능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전제가 있다. 중앙정부는 단순한 지원자 역할에 머무르지 말고, 국가 관광정책의 전략 설계자이자 조정자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관광산업 발전의 방향 설정, 지역 간 선택과 집중, 효율적 자원 배분, 통합 정보 시스템 구축 등에서 중앙정부는 명확한 컨트롤타워로 기능해야 한다.

 실제 일본은 중앙–지역 간 유기적 협력 구조를 제도화하며 관광정책을 고도화하고 있다. 일본 관광청(JTA)은 2023년 ‘관광국추진기본계획’을 통해 지역 DMO가 추진해야 할 전략 목표와 기준을 명확히 제시하고 있으며, 중앙정부가 DMO의 성장 기반을 실질적으로 정책적으로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자율성과 창의성을 보장하는 한편, 전체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며 관광의 방향성과 실행력을 동시에 확보하고 있다. 이러한 구조는 한국형 DMO 정책에도 시사점을 제공한다.

 결국 한국형 DMO는 ‘자율성과 조정 기능’의 균형 위에서 설계되어야 하며, 중앙과 지역 간 명확한 역할 분담과 협력 체계가 구축될 때 비로소 실행력과 제도적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DMO가 일회성 프로젝트 조직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관광정책의 허브이자 문화 외교의 실행 기반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