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즐거움을 주는 경험이지만, 동시에 누군가에게는 고통이 되기도 한다.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은 단순한 관광객 과잉이 아니라, 지역사회와 자연환경의 지속 가능성을 위협하는 현실적 문제다. 쓰레기, 교통 혼잡, 주거 침해, 지역 상권 왜곡 등 다양한 사회적 비용이 누적되며, 전 세계 주요 관광 도시는 이에 대한 대응책을 절실히 찾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관광세’(Tourist Tax)다. 관광세는 단순히 돈을 걷는 제도가 아니라, 관광의 방향을 바꾸고 균형을 되찾으려는 시도다. 과연 이 제도는 실효성이 있을까? 그리고 오버투어리즘을 완화하는 데 얼마나 기여할 수 있을까? 이 글에서는 전 세계 여러 도시가 시행 중인 관광세의 도입 배경, 구체적 방식, 효과와 논란을 살펴보며, 관광세가 진정한 해법이 될 수 있을지를 분석한다.
1. 관광세란 무엇이며 왜 생겼을까?
관광세는 여행자가 특정 도시나 국가를 방문할 때 부과되는 세금으로, 대부분 숙박비나 입국세 형태로 징수된다. 목적은 명확하다. 지역 인프라 유지, 환경보호, 지역 주민의 삶의 질 보호를 위한 재원 마련이다. 단순히 수익을 위한 세금이 아니라, 지속 가능한 관광을 위한 장치인 셈이다.
관광세는 특히 인구 대비 관광객 비율이 높은 도시에서 먼저 도입되었다. 예를 들어, 바르셀로나는 연간 3000만 명의 관광객을 맞이하면서 도심 과밀, 임대료 상승, 쓰레기 문제 등으로 지역민의 불만이 폭발했고, 이를 계기로 2012년부터 숙박세 형태의 관광세를 도입했다. 도쿄, 교토, 베니스, 암스테르담 등도 유사한 문제를 겪으며 각자의 방식으로 관광세를 운영하고 있다. 이처럼 관광세는 단순한 수익원이 아니라, 방문객과 지역사회 간 균형을 맞추기 위한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2. 국가별 관광세 적용 방식: 누구는 고정, 누구는 가변
관광세의 도입 방식은 국가마다 크게 다르다. 대표적으로 유럽은 숙박 일수 기준, 일본은 출국세, 발리와 부탄은 입국세 형태로 운영 중이다. 각국이 처한 상황에 따라 가장 적합한 방식으로 설계되고 있다는 점이 흥미롭다.
이탈리아 베니스는 2024년부터 일일 입장객에게 5유로를 부과하는 도시 입장세를 시행하고 있다. 이는 특정 시간대 입장 제한까지 연계되어 있어 실질적 혼잡 완화 효과를 노리고 있다. 부탄은 ‘고부가가치 저밀도 관광’을 내세우며, 하루에 약 100달러의 지속가능발전료(SDF)를 징수한다. 이는 양보다 질을 택한 전략이다. 일본은 2019년부터 출국 시 1인당 1000엔의 ‘국제관광여객세’를 부과하고 있다. 세금은 문화유산 보호, 관광 인프라 확충 등에 활용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숙박세(7% + 3유로)를 도입해 과도한 숙박 업계 확장을 억제하고 있다.
이처럼 관광세는 지역의 특성에 맞게 정률/정액 혼합 방식, 또는 시기·장소별 가변 세율로 운영되며, 일률적이지 않다는 점에서 설계의 유연성이 매우 중요하다.
3. 관광세가 가져온 실질적 변화는 무엇인가?
그렇다면 관광세는 실제로 효과가 있었을까? 대답은 ‘부분적으로 그렇다’이다. 관광세 도입 후 관광객 수가 일시적으로 줄어든 사례도 있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관광의 질 변화와 지역사회 인식의 변화다.
예를 들어, 베니스는 관광세 시행 전후로 단기 체류 관광객 수가 감소하고, 장기 체류·고급 관광 수요가 증가했다. 관광객 수를 무조건 줄이기보다는, 지역에 이익이 되는 관광객의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변화한 것이다.
일본의 출국세 역시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의 관광 재원을 창출해, 관광지 혼잡 관리 및 인프라 개선에 재투자되고 있다. 암스테르담에서는 관광세 수익이 문화재 복원, 도시 미화, 저소득층 주거 지원 등에 사용되어 지역민들의 관광에 대한 수용도를 높이는 데 기여했다. 관광세는 단기적으로 ‘불편한 제도’로 여겨질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관광객과 지역사회의 공존을 위한 투자로 작동하고 있다.
4. 반대 여론과 관광업계의 우려는 없는가?
물론 관광세가 모든 이에게 환영받는 것은 아니다. 특히 소규모 여행사, 중소 숙박업체, 자유여행객들 사이에서는 부담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관광세가 여행 비용을 인위적으로 상승시켜 특정 계층만 관광을 즐길 수 있게 만드는 ‘관광 양극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또한 일부 도시에서는 세금 징수 방식의 비효율성이나 세금 투명성 부족으로 신뢰를 잃은 사례도 있다. 이 때문에 관광세 도입은 항상 지역 주민, 관광업계, 정책 당국 간의 정교한 조율이 필요한 민감한 사안이다. 하지만 이 같은 반대 여론은 제도 자체에 대한 반대라기보다는, 운용 방식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다. 세금이 어떻게 걷히고, 어떻게 쓰이는지에 대한 투명한 커뮤니케이션이 동반된다면, 수용성은 충분히 확보될 수 있다.
5. 관광세는 과연 오버투어리즘의 해법이 될 수 있을까?
결론적으로 관광세는 오버투어리즘 문제에 대한 완전한 해답은 아니지만, 필수적인 수단임에는 분명하다. 관광세는 단순히 사람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관광의 질을 높이고 균형을 맞추는 정책적 장치다. 오버투어리즘 문제는 복합적이다. 교통, 숙박, 쓰레기, 지역 생태계, 부동산 가격, 지역경제 왜곡 등이 함께 얽혀 있다. 그 속에서 관광세는 가장 직접적이고 즉각적인 조정 레버리지로 기능할 수 있다. 동시에 관광세는 관광객에게도 지역의 환경과 문화를 존중하라는 신호를 던진다. 이제 여행은 선택의 문제를 넘어, 책임의 문제로 진화하고 있다. 누구나 여행할 자유가 있다. 그러나 그 자유는 그 땅을 살아가는 이들과 공존할 때 더욱 빛난다. 관광세는 그 공존을 위한 작은 시작점이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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