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에도 세계 곳곳의 아름다운 도시들은 관광객의 물결에 휩쓸리고 있다. 경제적 이익은 늘었지만, 과연 모두가 행복해졌을까? 도시의 숨결은 가려졌고, 주민들은 삶의 터전을 빼앗기고 있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이제 묻지 않을 수 없다. "누구를 위한 관광인가?"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이 일상이 된 지금, 관광의 패러다임 전환이 절실하다. 이 글은 오버투어리즘의 한계를 짚고, 로컬 커뮤니티 중심의 새로운 관광 모델을 제안하고자 한다.
1. 오버투어리즘의 실체: 관광객의 발길이 남긴 그림자
오버투어리즘은 단순한 관광객의 증가가 아니다. 그것은 한 도시가 감당할 수 있는 수용력을 넘어선 관광객의 밀집으로, 생태계 파괴, 부동산 가격 상승, 지역 주민의 생활 질 저하 등 다방면에 걸쳐 부작용을 야기한다. 예를 들어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연간 수천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원주민의 주거비가 급등했고, 일상은 끊임없는 소음과 쓰레기로 침식되었다. 도시의 본질이 사라지는 것이다. 관광은 본래 그 지역의 문화와 삶을 경험하는 것이어야 하나, 오늘날 그것은 ‘관광객을 위한 무대’로 전락했다. 본질을 잃은 관광은 결국 피로감을 남기며, 지역 사회의 지지를 잃고 만다.
2. 지역 중심의 전환: 커뮤니티 기반 관광의 가능성
오버투어리즘을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은 지역에서 출발한다. 관광을 소비가 아닌 ‘공존’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해답은 명확하다. 커뮤니티 기반 관광(CBT, Community-Based Tourism)은 지역 주민이 직접 관광의 주체로 나서는 구조를 의미한다. 단순히 숙박이나 체험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관광의 기획 단계부터 운영, 수익 분배에 이르기까지 주민이 핵심 역할을 맡는다. 이를 통해 관광은 지역의 고유 자원을 지키면서도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운영될 수 있다. 태국의 ‘반매지역’ 사례는 대표적이다. 이곳 주민들은 스스로 여행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운영함으로써 외부 자본에 의존하지 않고 지역경제를 자생적으로 키워냈다.
3. 관광의 새로운 가치: 체험과 교류 중심의 전환
이제 관광은 더 이상 '보고, 찍고, 떠나는' 소비 행위가 되어서는 안 된다. 사람들은 점점 더 '진짜 경험'을 원한다. 로컬 커뮤니티 중심 관광은 바로 그 ‘진짜’를 제공한다. 지역 주민의 삶을 함께 경험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일상을 체험하는 관광은 방문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다. 일본의 시코쿠 헨로길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순례자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나누며 ‘오모테나시(환대)’ 문화를 전하고 있다. 이 같은 경험은 단순한 사진보다 훨씬 오래 남는 추억이 되며, 관광의 본질을 되새기게 만든다. 체험을 통한 교류는 관광객과 지역민 모두에게 감동을 남긴다.
4. 정책과 플랫폼의 역할: 로컬 중심 관광을 위한 구조 구축
로컬 커뮤니티 중심의 관광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책적, 구조적 지원이 필요하다. 지방정부는 지역 자원을 파괴하는 대형 관광 개발보다, 소규모 마을 단위의 체험 프로그램이나 공정 숙박 플랫폼 등을 지원해야 한다. 또한, 관광 플랫폼도 변화해야 한다. 현재의 플랫폼은 수익을 극대화하는 구조에 치중되어 있으나, 앞으로는 커뮤니티 이익 환원과 공정 분배를 핵심 가치로 두어야 한다. 국내에서도 최근 ‘로컬푸디’, ‘마을여행 플랫폼’ 등 주민과 여행자를 잇는 시도가 나타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여행 중개를 넘어, 지역과 여행자가 함께 만드는 상생의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5. 함께 만들어가는 미래: 관광의 새로운 기준을 상상하다
우리는 지금 관광의 방향을 재설정해야 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더 이상 대량 소비 중심의 여행이 아닌, 지역과 공존하는 여행이 필요하다. 그 여정은 대단히 복잡하고, 때론 느릴 수 있지만 분명한 점은 있다. 그것만이 진짜 지속 가능한 미래로 향하는 길이라는 사실이다. 여행은 소비가 아니라 관계다. 도시와 사람, 자연과 인간이 함께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그렇다면 우리는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는 것이 아니라, 더 깊이 있게 연결되는 길. 그것이야말로 오버투어리즘 시대, 진정한 관광의 진화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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