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은 때로 낭만이 되지만, 누군가에겐 부담이 된다. 낯선 도시를 걷고, 풍경을 사진에 담고, 골목을 탐험하는 그 짜릿한 순간들. 하지만 그 순간들 뒤에 남겨진 무게는 누가 감당하고 있을까? 도쿄, 바르셀로나, 베네치아, 파리. 한때는 여행자의 꿈이었던 도시들이 이제는 그 무게에 지쳐가고 있다. 관광객의 폭증으로 지역 주민의 삶이 위협받고, 도시의 본래 색이 지워지는 현상이다. 지금 한국도 같은 길을 걷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어떤 선택을 해야 할까? 이 글은 해외 도시들의 오버투어리즘 사례를 통해 한국이 무엇을 경계하고, 무엇을 배워야 할지 함께 생각해보고자 한다.
1. 바르셀로나의 분노: 관광객이 만든 ‘환대의 피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는 오버투어리즘이라는 단어가 생기기 전부터 그 피해를 겪고 있었다.
건축가 가우디의 도시이자 지중해의 낭만이 넘치는 이곳은 한 해 수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대표 도시가 되었다.
하지만 오래된 골목에는 ‘관광객은 집에 돌아가라’는 낙서가 늘어났고, 지역 주민들은 렌트비 폭등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갔다.
전통시장 ‘보케리아’는 관광객의 셀카 장소가 되었고, 실제 장보는 주민들은 밀려났다.
관광이 바르셀로나를 살린 동시에, 천천히 무너뜨리고 있었던 것이다.
한국도 이런 길을 걷고 있지는 않은가? 도시의 정체성이 관광으로 잠식될 때, 그 도시는 더 이상 자신의 것이 아니다.
2. 베네치아의 침몰: 물보다 무거운 관광의 무게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는 물 위의 도시로 알려져 있지만, 이제는 관광의 무게에 잠기고 있는 도시로 불린다.
매일같이 크루즈선이 항구에 들어서고, 골목은 관광객으로 발 디딜 틈이 없다.
거주 인구는 줄고, 숙박업소는 늘고, 지역 상점은 기념품 가게로 바뀌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환경이다. 크루즈선의 통행은 운하의 흐름을 변화시키고,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었던 도시의 생태계에 위협을 가한다.
결국 베네치아 시는 크루즈 입항을 제한했고, 입장료 부과 정책을 도입했지만 이미 너무 많은 것이 망가진 뒤였다.
한국의 해양 관광지와 섬 지역 역시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다. 늦기 전에 관광의 양이 아니라 ‘형태’를 바꿔야 한다.
3. 교토의 고요함은 어디로 갔을까
일본 교토는 한때 조용하고 아름다운 전통 도시였다. 하지만 ‘인스타 핫플’로 떠오른 후 상황은 달라졌다.
기모노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관광객들, 개인 주택 앞에서 사진을 찍고, 사찰 앞에서 고성을 지르는 풍경이 반복되었다.
지역 주민들은 관광객으로 인해 사생활이 침해되고, 전통 문화가 소비되는 데에 점점 피로를 호소했다.
이후 교토시는 주요 지역에서의 촬영 제한, 공공 에티켓 캠페인을 시행했지만 이미 ‘관광객 도시’라는 이미지가 깊이 박혔다.
한국의 한옥마을이나 전통시장도 같은 경고를 받는 중이다.
문화란 보여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지켜내야 할 삶의 일부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4. 서울과 제주, 우리는 지금 어디쯤 와 있는가
서울은 이미 포화 상태다.
명동, 이태원, 경복궁은 평일과 주말의 구분이 없을 정도로 붐빈다.
하지만 그 많은 발길이 남기는 것은 무엇일까?
로컬 상점은 글로벌 브랜드로 바뀌고, 주민의 생활공간은 숙박시설로 변모하고 있다.
제주는 더 심각하다. 자연 훼손, 교통체증, 생활쓰레기 증가 등 오버투어리즘의 단계를 고스란히 밟고 있다.
지금 한국은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지금의 관광 정책이 ‘수용’ 중심이라면, 앞으로는 ‘균형’ 중심으로 바뀌어야 한다.
더 많은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이 성공이 아니라, 더 좋은 관광을 만드는 것이 성공이다.
5. 우리가 배워야 할 것: 여행의 본질로 돌아가기
여행은 단지 소비의 행위가 아니다.
그곳의 사람을 만나고, 문화를 배우고, 잠시 살아보는 경험이다.
지금 세계의 많은 도시들이 고통을 겪고 있다는 건, 우리가 여행의 본질을 잊고 있었다는 뜻이다.
관광 정책도, 플랫폼도, 여행자의 태도도 이제 바뀌어야 한다.
해외 도시들의 사례는 경고이자 가르침이다.
한국은 더 늦기 전에 그 교훈을 배워야 한다.
우리는 관광을 통해 더 많이 얻기보다, 더 많이 연결되기를 꿈꿔야 한다.
좋은 여행이란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고, 남기지 않는 것이다.
지금 우리가 그 첫걸음을 떼야 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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