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

동물 관광: 코끼리 타기, 사자 셀카가 가진 불편한 진실

라이프-트립 2025. 5. 13. 13:24

동물 관광: 코끼리 타기, 사자 셀카가 가진 불편한 진실

 

“태국에서 코끼리를 타본 적 있으신가요? 혹은 아프리카에서 사자와 셀카를 찍어본 적은요?” 이 질문이 설렘보다는 찜찜함을 불러일으킨다면, '동물 관광' 에 대한 필요성이나 이면들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입니다.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서 여행 도중 코끼리를 타는 장면, 새끼 사자와 함께 웃으며 찍은 셀카들을 업로드 하는 경우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동물 관광'에는 우리가 제대로 보지 못한 ‘불편한 진실’이 숨어 있죠. 관광객이 즐기는 그 한 컷의 사진 뒤에는 동물의 학대, 착취 등의 심각한 윤리 문제가 존재합니다.

더 깊이 들여다보면, 동물 체험 관광은 ‘체험형 상품’이라는 이름 아래 정당화되기도 합니다. 종종 보호소, 복지센터라 주장하는 곳들도 있지만, 이들 중 상당수는 오히려 학대와 착취의 온상입니다. 왜일까요? 사람의 눈에 귀엽게 보이기 위해, 혹은 얌전하게 셀카를 찍기 위해 동물은 본래의 야생성을 포기하도록 강요당하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즐거움을 위해 조작된 동물의 행동은, 진정한 의미에서 ‘관광’이 아니라 폭력의 연장선일지도 모릅니다.

 

목차

 

1. 코끼리 타기 체험의 불편한 진실

‘코끼리 타기’는 왜 문제가 될까요? 많은 사람이 태국, 인도, 캄보디아에서 코끼리를 타는 경험을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여깁니다. 거대한 동물의 등에 올라 정글을 누비는 경험은 여행에서 꼭 한번쯤 경험해봐야 할 관광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로망 뒤에는 충격적인 현실이 숨겨져 있습니다.

코끼리를 관광에 사용하기 위해서는 먼저 '파잔(Phajaan)'이라는 고문에 가까운 조련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는 새끼 코끼리를 어미에게서 떼어내고, 고립된 상태에서 강제로 복종을 학습시킵니다. 줄에 묶이고, 몽둥이에 맞으며, 며칠 동안 물이나 음식을 주지 않는 방식으로 코끼리는 훈련을 받게 됩니다. 결국 사람을 태우는 ‘순종적인 동물’이 되기 위해 야생성을 잃는 과정을 필수적으로 겪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그 후에도 평생 인간을 위해 일해야 합니다. 하루에도 여러 차례 무거운 체중의 성인들을 실어 나르고, 울퉁불퉁한 길을 걷다 보면 코끼리의 등뼈와 관절은 빠르게 망가집니다. 동물병원도 없고, 휴식도 거의 없습니다. 상처는 방치되고, 고통은 무시됩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관광객 대부분이 이러한 사실을 모른다는 점입니다. 대부분의 여행 프로그램은 코끼리 체험을 ‘동물과의 교감’ 혹은 ‘현지 체험’이라는 이름으로 꾸미지만, 실상은 동물 학대 그 자체인 셈입니다.

 

2. 사자 셀카와 새끼 고양이의 비극

“한 번만 안아볼 수 있을까요?”라는 말이 무심코 내뱉는 폭력일 수 있다는 걸 알고 계셨나요? 남아프리카공화국이나 모로코에서는 새끼 사자, 치타와 함께 사진을 찍는 관광 콘텐츠가 여전히 성행하고 있습니다. 어린 맹수는 귀엽고, 무해해 보이며, SNS에서 수많은 ‘좋아요’를 만들어주는 콘텐츠가 되죠. 그러나 이 경험은 절대 무해하지 않습니다. 이 새끼 사자들은 대부분 인공 번식된 개체입니다. 자연에서 태어나지도 않았고, 어미와의 애착 형성도 없습니다. 태어나자마자 강제로 떼어내고, 사람이 안고, 만지고, 셀카를 찍기 위해 길러집니다. 어린 사자의 이빨은 미리 잘려지거나 갈려지고, 때로는 약물로 반쯤 잠든 상태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문제는 이들이 성장한 이후입니다. 더 이상 귀엽지 않고, 위험성이 있다는 이유로 관광 가치가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요?
일부는 ‘사냥용 사자(Canned hunting)’로 전락합니다. 이는 높은 비용을 지불한 외국인이 철창 안에 가둔 사자를 총으로 사냥하는 관광 상품입니다. 마치 '사슴게임'처럼 말이죠. 관광객의 손에는 총이, 사자의 삶에는 끝이 남습니다. 잔인하지만, 상업적으로 유익하다는 이유로 지속되고 있습니다. 결국 우리가 한 장의 셀카를 찍는 그 순간, 그 새끼 사자의 미래는 이미 결정된 셈입니다.

 

3. 동물 관광 산업의 구조적 문제

이쯤 되면 의문이 생깁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 그 답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바로 ‘수익’ 때문입니다. 동물 체험 관광은 수익성이 매우 높습니다. 감정에 호소하고, 비주얼이 뛰어나며, 방문자에게 강렬한 기억을 남기니까요. 그리고 수요가 있는 한, 공급도 계속됩니다.

여기서 핵심은 이 산업 구조가 대부분 ‘위장된 합법’이라는 점입니다. 많은 동물 체험 업체들은 자신들이 구조 센터, 복지시설, 보존 캠프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은 허울뿐인 간판에 불과하죠.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법적 기준이 모호하고, 규제가 느슨하기 때문에 학대와 착취가 매우 은밀하게 진행됩니다. 또한 일부 보호소나 캠프는 비영리 단체로 위장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민간 상업시설로 수익을 내고 있습니다. 입장료, 기부금, 체험 상품 등을 통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대 수익을 올리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돈이 진짜 동물 복지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뭅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구조를 바꿔야 합니다. 소비자가 깨어 있어야 하고, 국가가 제도를 마련해야 하며, 여행업계는 윤리적 기준을 갖춘 콘텐츠를 우선시해야 합니다.

 

4. 윤리적 관광은 가능한가?

그렇다면 우리는 아예 동물을 보지 말아야 할까요? 꼭 그렇진 않습니다. 중요한 건 ‘어떻게’ 보느냐입니다. 윤리적 관광이란, 동물의 자유와 복지를 해치지 않는 방식으로 설계된 관광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자연 서식지에서 멀리서 관찰만 하는 사파리 프로그램, 국제 인증을 받은 동물 구조시설 방문, 그리고 실제로 동물을 위한 보존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참여형 관광’ 등이 있습니다.

또한 ‘세계 동물보호협회(WAP)’나 ‘Born Free Foundation’ 같은 단체들은 윤리적 여행 안내자를 제공하며, 관광객이 어떤 업체를 선택해야 할지 안내하고 있습니다. 우리도 이 정보를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소비자의 선택’입니다. 우리가 선택하지 않으면, 시장은 자연스럽게 바뀝니다. 우리가 '비윤리적 콘텐츠'를 외면하고, '진짜 보호소'를 찾아간다면, 결국 여행 산업도 그 방향으로 변화하게 됩니다.

 

5. 동물에 대한 존중이 곧 인간의 품격

우리는 이제 단순히 ‘재미있는 체험’을 넘어서야 합니다. 여행은 타인의 문화를 경험하는 것이자, 자연과 공존하는 방법을 배우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다른 생명을 도구로 삼는다면, 그건 결코 건강한 여행이라 말할 수 없습니다. 한 마리의 코끼리를 타기 전에, 한 마리 사자와 셀카를 찍기 전에, 우리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이 체험은 누구를 위한 것이며, 그 대가는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진정한 여행자는 발자국을 남기되, 상처는 남기지 않는 사람입니다. 동물을 존중하는 선택은 곧 인간으로서의 품격을 지키는 일이기도 합니다. 앞으로 여행할 때, 눈으로 보기 전에 마음으로 먼저 살펴보는 여행자가 되어보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