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협력 모델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전통적으로 지역관광의 발전은 공공부문과 민간부문의 개별적 노력에 의해 추진되어 왔지만, 이제는 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DMO)와 민간 여행사 간의 전략적 협력이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성과 지역경제 성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관광객의 취향이 다변화하고 지역경제의 자생력이 중요해진 오늘날, 공공과 민간이 각자의 강점을 살려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은 단순한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 과제로 자리 잡고 있다. 본 글에서는 DMO와 민간 여행사가 협업해야 하는 이유, 실무 현장에서 마주하는 현실적 과제, 그리고 성공적 협업을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실무자의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살펴본다.
목차
1. 지역관광 활성화의 실질적 주체: DMO와 여행사의 역할 구분
2. DMO-여행사 협업이 필요한 이유: 전략적 시너지 관점
1. 지역관광 활성화의 실질적 주체: DMO와 여행사의 역할 구분
Destination Marketing Organization(DMO)는 특정 지역을 하나의 통합된 브랜드로 만들어 국내외 관광객을 유치하고,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문화 보존을 목표로 하는 조직이다. DMO는 관광 전략 기획, 마케팅, 이벤트 운영, 브랜딩 등 지역 차원의 '전체 설계자'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 본질적이다. 반면 민간 여행사는 소비자의 니즈에 맞춘 상품을 기획·판매하고, 실질적인 이동과 소비를 조직하는 '현장 실행자'에 가깝다.
이처럼 기능적 역할이 다르기 때문에 두 주체 간 협업은 충돌이 아닌, 상호 보완의 가능성을 지닌다. 특히 DMO가 구축한 지역 브랜딩과 콘텐츠를 민간 여행사가 상업적 상품으로 구체화함으로써, 관광객 유치와 지역경제 파급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 한국에서는 DMO가 공공성에 집중하고, 여행사는 수익성에 집중하는 이원화 구조가 강해, 양자 간의 전략적 연계가 상대적으로 미흡한 상황이다. 이 글에서는 실무자의 관점에서 DMO-여행사 협업의 필요성과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2. DMO-여행사 협업이 필요한 이유: 전략적 시너지 관점
DMO와 여행사가 협업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히 역할 분담 차원이 아니다.
첫째, 관광 수요와 트렌드가 빠르게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DMO는 거시적 브랜드 설계에는 강하지만, 소비자 개개인의 세분화된 수요 변화에 대한 대응은 느릴 수밖에 없다. 반면 민간 여행사는 고객 접점에서 실시간 반응을 체득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지역 관광 상품 기획에 생동감을 더할 수 있다.
둘째, 민간 여행사의 판매 네트워크를 활용할 때 DMO의 캠페인 및 이벤트는 지역 외부로 더 빠르게 확산된다. 이는 홍보 비용 절감과 시장 확대 측면에서도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셋째, 관광의 지속 가능성(sustainability)을 확보하는 데에도 양측 협업이 필수적이다. 지역사회와 여행업계가 함께 상품을 설계하면, 지역 문화 훼손이나 오버투어리즘과 같은 부작용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
따라서 단순 연계가 아니라, 기획 단계에서부터 여행사와 DMO가 공동 참여하는 "통합 상품 개발(Tourism Co-Design)" 모델로 협업을 고도화하는 것이 전략적 방향이라 할 수 있다.
3. 실무자가 체감하는 협업의 난점과 현실적 한계
현장의 실무자는 협업의 필요성에 동의하면서도 여러 현실적 한계를 체감하고 있다.
첫째, 이해관계의 불일치 문제다. DMO는 공공성과 장기적 지역 브랜딩을 우선시하는 반면, 민간 여행사는 수익성과 단기 판매 실적을 우선시하는 구조적 차이를 가지고 있다. 이 때문에 양자 간 우선순위와 KPI(Key Performance Indicator)가 맞지 않는 경우가 많다.
둘째, 정보 비대칭 문제도 심각하다. DMO가 보유한 지역 관광 자원, 행사 정보, 지원정책이 민간에 충분히 공유되지 않거나, 반대로 민간이 수집한 고객 수요 데이터가 공공에 활용되지 않는 이중 단절이 발생하고 있다.
셋째, 조직문화의 차이 역시 장애물이다. 공공기관은 통상 절차와 보고 체계를 중시하고, 민간은 시장 반응에 기민하게 움직인다. 이런 차이는 공동 프로젝트 추진 시 속도 차이나 의사결정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결국 실질적 협업을 위해서는 이해관계 조정, 데이터 공유 시스템 구축, 그리고 협력 친화적인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수적임을 실무자는 체감하고 있다.
4. 실질적 협업을 위한 방향성과 성공 모델 제언
DMO와 여행사가 성공적으로 협업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구체적 조건이 필요하다.
첫째, 초기 단계부터 공동 기획에 민간을 참여시키는 구조화가 중요하다. 예컨대 지역축제나 테마코스 개발 시, 민간 여행사 실무자가 초기 아이디어 회의에 참여하도록 하여 소비자 시각을 반영해야 한다.
둘째, 성과공유형 파트너십 구축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지역 이벤트의 참가자 수, 숙박률, 소비 지출액 등 공동 KPI를 설정하고, 성공 시 양측이 이익을 나누는 인센티브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셋째, 정보공유 포털 및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하다. DMO가·보유한 콘텐츠, 마케팅 자료, 정책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여행사에 제공하고, 민간은 고객 트렌드 데이터와 상품 수요 분석을 공유하는 플랫폼이 필요하다.
넷째, 성공 사례 학습 및 확산도 중요하다. 일본 홋카이도 DMO는 민간 여행사와 공동 기획한 체험형 관광 상품으로 체류일수를 1.5배 늘렸으며, 싱가포르 관광청은 민간 OTA(Online Travel Agency)와 제휴해 글로벌 시장 침투를 가속화했다. 한국에서도 이러한 모범 사례를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결국, DMO와 여행사가 '거래 파트너'가 아닌 '전략적 동반자'로 자리매김할 때, 진정한 지역 관광 생태계의 지속 가능한 발전이 가능할 것이다.
DMO와 민간 여행사의 협력은 지역관광의 미래를 설계하는 열쇠가 될 것이다. 양자는 서로 다른 언어와 문화를 가진 조직처럼 보일 수 있으나, 지역을 사랑하고 발전시키려는 목표는 본질적으로 공유하고 있다. DMO가 가진 거시적 브랜딩 전략과 민간 여행사가 보유한 시장 감각을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지역의 스토리는 더 넓은 세계로 확산되고, 지속 가능한 관광 생태계가 현실화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를 함께 기획하는 것을 넘어, 초기부터 공동 기획에 참여하고, 성과를 공유하며, 데이터를 교환하는 체계적 파트너십이 구축되어야 한다. 거래 관계를 넘어 ‘전략적 동반자’로서 성장할 때, 한국 지역관광은 글로벌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문화 콘텐츠로 도약할 것이다. 지금이야말로, 민관 협력의 방식을 새롭게 디자인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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