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산업

관광학의 발전: 시대 흐름 속에서 진화한 학문적 궤적

라이프-트립 2025. 5. 2. 17:23

 

목차

 

 

1. 20세기 초반: 관광학의 태동과 통계 중심의 기초 연구


 관광학은 비교적 젊은 학문이다. 20세기 이후 독립된 학문으로 분화되기 시작했으며, 다른 사회과학 분야에 비해 후발주자이지만, 지난 100여년간 괄목할 만한 이론적 진보와 실천적 응용을 이룩하였다. 관광에 대한 최초의 학술적 접근은 1899년 이탈리아의 보디오가 발표한 「이탈리아에 있어서 외국인의 이동과 소비액에 대하여」라는 논문으로 시작되었다. 이 연구는 관광객의 수치와 소비 행태를 국가 경제와 연결해 해석한 통계적 보고서로, 이후 관광이 경제 분석의 영역에서 탐구될 수 있음을 시사하였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유럽은 경제 회복과 국가 재건을 위해 관광 산업에 주목하였고, 스위스, 독일, 오스트리아, 프랑스 등 유럽 대륙의 주요 국가들은 관광객 유치를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하기 시작하였다. 이에 따라 관광에 대한 연구 역시 국가 외화 수입, 소비 행태, 숙박지 체류 시간, 관광지별 인기 순위 등 통계 기반 연구에 집중되었다. 이 시기의 대표적인 연구자로는 니체포로, 베니니, 보르만, 오길비, 그뤽스만, 훈지커와 그랍프 등이 있으며, 이들은 관광이 일시적 대중 이동 이상의 경제적·사회적 의미를 지닌다는 시각을 제시하였다. 특히 이탈리아의 마리오티는 『관광경제학 강의』에서 관광을 본격적인 경제학의 하위 분야로 분석하였고, 이는 이후 관광경영학과 관광사회학으로의 학문적 확장을 이끄는 디딤돌이 되었다. 또한, 미국에서는 호텔 산업을 중심으로 붐모(Bumoe)의 『호텔경영론』이 등장하면서 관광경영과 서비스 관리가 실무 기반 학문으로 발전하는 초기 양상을 보였다.

 

 

2. 20세기 중반: 학문적 체계화와 다분야 이론의 통합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 관광산업은 유럽을 넘어 북미 중심의 산업 성장기를 맞이하였다. 이 시기부터 관광학은 단순한 통계 분석을 넘어 관광경영학, 관광사회학, 관광심리학, 관광정책학 등 다분야 이론이 접목되며 점차 학문으로서의 체계를 확립해 나간다. 특히 스위스의 훈지커는 『소셜투어리즘–그 성격과 문제』와 『관광경영학』을 발표하며, 관광이 단순한 상업 활동을 넘어 사회문화적 의미를 내포한 인간 활동임을 강조했다. 오스트리아의 베르네커는 『관광원론』을 통해 관광의 주체(여행자)와 객체(관광대상)를 명확히 구분하고, 관광 시스템 이론을 정립하려는 시도를 이어갔다. 이는 관광을 하나의 ‘사회적 시스템’으로 이해하는 통합적 사고의 출발점이 되었다. 당시 유럽 각국에서는 관광경제학(크랍프), 관광사회학(크네벨), 관광입지론(드페르, 토르트), 관광정책학(펫슐) 등 각 분야에서 실증적 연구가 축적되었다.

 

 한편, 미국에서는 전후 경제 호황과 함께 여가 시간 증가에 따른 야외 레크리에이션, 국내 관광지 개발, 공공부문의 시설운영 효율화 등의 주제가 주요 연구 대상으로 부상하였다. 특히 이 시기 미국은 레크리에이션과 관광을 정책 차원에서 통합 관리하려는 시도와 함께, 민간 주도의 관광산업 발전 모델을 도입함으로써 향후 세계 관광산업의 방향성에도 큰 영향을 주었다.

 

 

3. 20세기 후반: 학제 간 접근과 관광학의 정체성 형성


 1970년대 이후 관광은 세계화와 함께 대중문화, 국제정치, 생태학 등 다양한 영역과 맞닿으며 복합적 현상으로 재해석되기 시작하였다. 이 시기의 특징은 기존의 관광경영, 관광경제학 중심의 틀에서 벗어나, 다학제적 접근(multi-disciplinary approach)이 본격화되었다는 점이다. 특히 항공산업의 발달과 국제여행의 대중화는 관광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대시켰고, 이에 따라 관광학은 사회적·문화적·환경적 영향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분석 틀을 요구받았다. 관광학자들은 점차 기존 학문(경제학, 경영학 등)의 응용학적 틀을 벗어나, 독립된 학문 영역으로 관광학을 정립하고자 하였으며, 이 시기부터 관광사회학, 관광심리학, 관광정책학, 관광지리학, 관광환경학 등이 명확히 분화되기 시작했다.

 관광학의 이론적 기초가 확장됨에 따라 연구자들은 여행 동기 분석, 지역사회와의 상호작용, 관광의 문화적 재현, 관광객의 심리 구조, 여행행동 이론 등 보다 정교한 연구 주제를 설정하였다. 또한 관광은 환경문제와 연결되어 지속 가능한 개발, 생태관광, 공정여행 등 새로운 가치 기반 관점에서 다루어지기 시작했다. 이처럼 관광학은 단일학문 의존에서 탈피하여, 정치학, 문화인류학, 생태학, 커뮤니케이션학, 법학 등 다양한 분야의 이론을 융합하며 종합사회과학으로 진화해갔다.

 

 

4. 21세기: 디지털 전환과 관광학의 새로운 패러다임


 21세기에 들어서며 관광을 둘러싼 환경은 급격히 변화하였다. 국제관광객의 증가, 기업 간 경쟁 격화, 기후위기와 재난 발생, 기술 혁신 등 복합적 변수들이 관광학의 연구영역과 방법론을 크게 변화시켰다. 특히 2000년대 이후 글로벌 팬데믹, 테러, 지진, 전염병 발생 등은 관광을 단순한 산업이 아닌 위기 관리와 대응이 필요한 공공 정책 대상으로 전환시켰다. 코로나19 이후에는 대면 서비스가 제한되면서 관광 분야에서도 비대면 서비스, 정보기술(IT), 플랫폼 기반 산업으로의 전환이 급속히 이루어졌다. 이에 따라 e-tourism(전자관광), 스마트관광, 디지털 마케팅, 플랫폼 관광행동 연구 등 새로운 분야가 본격화되었다.

 특히 IT기술 기반의 AR(증강현실)·VR(가상현실)을 활용한 사전 체험, SNS 기반 관광행태 분석, eCRM과 eSERVQUAL, 관광객 온라인 리뷰 분석을 통한 목적지 이미지 평가 등은 관광학의 연구방법론 자체를 디지털 중심으로 재편하는 계기를 마련하였다. 또한 윤리적 소비, 지속가능성, 지역공정성을 중심으로 한 연구들이 강화되면서, 관광학은 단순한 산업 지식이 아닌 사회적 책임과 가치 중심 학문으로 확장되고 있다.

 

 

5. 결론: 관광학은 여전히 진화하는 '열린 학문'


관광학은 짧은 역사 속에서도 시대적 변화와 사회적 수요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며 빠르게 진화해왔다. 20세기 초 통계 중심의 기술적 접근에서 출발해, 경제적 분석, 경영적 효율화, 사회문화적 탐색, 그리고 21세기 디지털 환경과 윤리적 가치까지 포괄하는 융합형 종합학문으로 자리잡았다. 오늘날 관광학은 정체성 형성과 이론적 독립을 위한 연구와 함께,다학제 간 통합적 접근을 통한 실용적 응용 학문으로서의 가능성도 꾸준히 확장되고 있다. 앞으로의 관광학은 기술·인간·가치의 균형, 그리고 지역성과 세계성의 조화를 반영하는 미래 지향적 학문으로 계속 진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