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목차
관광은 외국인의 감정을 움직이는 공공외교의 핵심 전략이다. 본 글에서는 관광을 통해 국가 이미지가 어떻게 형성되고 브랜딩되는지를 다양한 국내외 사례와 함께 살펴본다.
1. 관광과 국가 이미지: 첫인상은 브랜딩이다
관광은 외국인이 직접 경험하는 ‘살아 있는 외교’다. 공항에 도착해 만나는 표지판, 길거리의 음식, 대중교통의 친절함, 여행 중 만나는 시민들의 태도까지 모든 것이 한 국가에 대한 인상을 좌우한다. 이처럼 관광은 감각적이고 정서적인 방식으로 국가 이미지를 구성하는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일본은 '청결하고 질서 있는 나라'라는 이미지를 관광을 통해 고착화시켰고, 스위스는 알프스와 정밀시계를 중심으로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브랜드화됐다. 한국 역시 한류와 함께 서울, 전주, 부산 등을 연결한 ‘K-컬처 관광 루트’를 통해 창의적이고 활기찬 국가 이미지를 확산시키고 있다. 관광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닌, 외국인의 기억에 각인되는 브랜드 경험이다.
2. 국가브랜드 캠페인의 전략과 사례
성공적인 관광 브랜딩은 명확한 메시지와 일관된 디자인, 그리고 반복적인 노출을 통해 완성된다.
태국의 'Amazing Thailand'는 국가 브랜드 캠페인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이 캠페인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관광산업을 회복하기 위한 전략적 수단으로 시작됐으며, 이후 20년 이상 일관된 슬로건과 시각 정체성을 유지하며 태국을 ‘미소의 나라’로 인식시키는 데 성공했다. ‘Amazing Thailand’는 단순한 자연경관 홍보에 그치지 않고, 태국인의 따뜻한 환대, 독특한 음식문화, 전통 마사지, 불교 사원, 축제 등 생활문화 전반을 통합적으로 강조했다. 예를 들어 태국 관광청(TAT)은 'Thainess(타이니스)'라는 개념을 전면에 내세워 태국 특유의 정체성을 브랜드화했고, 지역마다 다른 체험형 관광상품을 통해 다양성을 확보했다. 또한 유럽과 동남아 주요 국가에서 'Amazing Thailand' 팝업 공간을 운영하거나 태국 요리 강습과 무에타이 체험을 연계하는 등, 현지 밀착형 마케팅도 적극 추진했다. 특히 팬데믹 이후에는 'Amazing New Chapters'라는 슬로건으로 전환하며 지속가능성, 웰니스, 디지털 관광을 강조해 미래 전략으로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Amazing Thailand’는 브랜드 일관성과 전략적 변화를 모두 성공적으로 관리해온 사례로, 관광이 국가 이미지를 어떻게 장기적으로 재구성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3. 관광 경험이 만드는 감성 기반 브랜딩
현대의 관광은 소비자 중심의 감성적 체험이 핵심이다. 한 번의 여행이 국가에 대한 전반적인 인식에 영향을 주는 만큼, 여행자가 경험하는 디테일은 브랜딩의 중요한 요소다. 예컨대 핀란드는 오로라 체험, 사우나 문화, ‘행복한 나라’라는 슬로건과 함께 정서적 평온함을 브랜드화했고, 프랑스는 파리의 노천카페 문화와 미식 경험을 통해 ‘예술과 감성의 국가’ 이미지를 공고히 했다.
한국에서는 특히 서울을 중심으로 젊은 외국인 관광객들이 트렌디한 문화를 체험하며 브랜드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홍대와 성수동에서는 스트리트 패션, 인디 음악, 공방 체험을 통해 ‘창의적이고 세련된 도시’의 이미지를 접하게 되고, 익선동과 을지로의 카페 골목, 한옥 개조 공간에서는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한국의 독특한 도시 감성을 체험할 수 있다. 또한 광장시장과 동대문 야시장에서는 길거리 음식과 현지인들과의 소통을 통해 한국 특유의 역동성과 활력을 체감할 수 있다. 이처럼 콘텐츠 기반의 체험이 감성을 자극하면서, 관광은 국가 이미지 형성의 감성적 채널로 작동한다. 관광객이 직접 겪는 문화, 맛, 사람, 소리, 냄새 모두가 복합적인 브랜드 자산으로 작용한다.
4. 지역관광의 힘: 소도시 브랜딩의 가능성
국가 브랜드는 수도권과 대도시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히려 고유한 지역성이 살아 있는 소도시의 콘텐츠는 글로벌 관광 브랜딩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이탈리아의 시에나, 프랑스의 아를은 대규모 인프라 없이도 지역의 전통과 정서를 기반으로 글로벌 여행자들의 ‘인생 여행지’가 되었다.
특히 일본은 한국인들이 N번째로 다시 찾는 여행지로서 ‘소도시’ 관광의 매력이 풍부하다. 대도시 도쿄나 오사카가 아닌 조용하고 개성 있는 지역에서 정서적 힐링과 감성적인 체험을 중시하는 관광객이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다카야마는 알프스산맥 아래 전통 목조건축물과 사케 양조장이 잘 보존된 지역으로, 일본의 전통 미학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는 마을로 평가받는다. 가나자와는 에도시대 정원문화와 현대예술이 공존하며, 일본식 전통 문화와 갤러리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도시로 젊은 여행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다른 예인 구라마는 교토 외곽에 위치한 산사 마을로, 온천과 트레킹 코스를 중심으로 일본의 정신문화와 명상 여행을 테마로 한 이색 콘텐츠를 제공한다.
이처럼 일본의 소도시들은 화려한 관광시설 없이도 고유한 정서와 콘텐츠를 중심으로 도시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으며, 이는 관광을 통한 지역 브랜딩과 공공외교의 실질적 성공 모델로 손꼽힌다. 지역관광은 국가브랜드를 수직 확장하는 도구이자, 문화 다양성과 포용성을 상징하는 공공외교 자산이 된다.
5. 공공외교 전략으로서의 관광 브랜딩의 미래
관광은 외국인과의 접점을 가장 많이 만들어내는 산업 중 하나다. 그만큼 공공외교적 전략을 담아 설계된다면, 외교관이 아닌 관광객의 감정이 외교적 성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디지털 전환 시대에는 관광 경험이 SNS 콘텐츠로 재생산되고, 1인의 후기가 수천 명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 한국은 이러한 흐름 속에서 K-컬처, 디지털 플랫폼, 지역 자원을 결합한 ‘하이브리드 관광외교 모델’을 적극 구축해야 한다. 관광은 국가 이미지를 바꾸는 가장 빠르고 지속 가능한 도구이며, 정서적 신뢰와 문화적 매력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관계 속에서 대한민국을 설계할 수 있는 가장 현실적인 공공외교 수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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